언론보도
2024-04-28
실제 행위에 착수했느냐가 관건
‘계약서 유출’ 여부도 쟁점될 듯
기획사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사이 갈등이 경찰 고발로 이어지면서 하이브가 주장하는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입증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정황만으론, 배임의 내용과 대상 면에서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 인정이 쉽지 않다고 본다. 다만 양쪽이 추가 고발에 나설 수 있어 다른 혐의로 수사가 확대될 여지는 있다.
28일 변호사와 법학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민 대표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되려면 ‘실제 행위’가 있었는지, 행위가 있었다면 이 행위가 최대 주주인 하이브가 아닌 민희진씨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어도어’에 손해를 끼쳤는지가 핵심이다.
업무상 배임은 예비·음모 단계를 처벌하지 않는다. ‘실행의 착수 또는 개시’가 필요하다. 박훈 변호사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가령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려가겠다’는 말이 아니라, ‘뉴진스(를 데려가기 위해) 계약서를 쓴 행위’ 등 구체적인 행동에 착수했다는 증거가 나와야 한다”며 “경영권 탈취에 대한 문제도 메신저에서 한 얘기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고 했다.
업무상 배임죄는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립하지, 주주에 손해를 끼쳤을 때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설사 ‘실행의 착수 또는 개시’가 있었다해도 민 대표의 업무상 배임죄의 피해자는 ‘법인 어도어’일 뿐, 어도어의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 주주 하이브’는 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판례는 200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전환사채를 헐값 발행했다해도 이는 ‘주주의 손해’일뿐 ‘회사의 손해’가 아니라는 논리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등의 배임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하이브가 문제 삼고 있는 민 대표의 ‘계약서 유출’ 등이 사실이고 이것이 결국 어도어에 손해를 끼쳤다면 업무상 배임을 포함해 다양한 형사처벌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하이브 쪽은 지난 26일 전날 열린 민 대표의 기자회견을 반박하며 “경영상 기밀에 해당하는 문서들이 유출된 걸 확인하고 (감사를)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태정 변호사(법무법인 광야)는 “어도어 부대표가 하이브 내부 재무 자료와 아티스트 계약 자료를 유출하고 전략을 짰다는 (하이브의) 얘기가 맞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유출에 해당한다. (주주 하이브가 아니라) 회사 어도어의 주가나 이미지 등을 훼손한 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권 변호사(법무법인 소울)는 “무속인 등 제3자에게 인사 자료 같은 걸 보여줬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하이브와 민 대표 간 다툼이 민사소송으로 번지리라는 관측도 많다. 정진권 변호사는 “대주주인 하이브가 민 대표 해임을 위해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황에서, 민 대표 쪽에서 자리를 지킬 목적으로 주총 결의 무효 확인 소송 또는 이사 지위 확인 가처분 소송 등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민희 변호사(법무법인 대륜)는 “(하이브 쪽에서) 영업비밀 침해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하이브의 민 대표 쪽 고발에 대해 “고발장을 검토해본 뒤 혐의 등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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