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24-08-06
티메프는 왜 ARS(자율구조조정)로 갔나
법원이 티메프(티몬, 위메프)가 신청한 ARS(자율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해 지난 2일 승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채권자들과 자율적으로 협의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약 1~3개월 가량의 시간이 부여된 건데요. 사실상 큐텐그룹이 공중분해된 상황에서 외부투자자를 유치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생존방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ARS은 사실상 불가능…P플랜 가기 위한 시간 벌기
보통 기업이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해 생존을 모색합니다. 보통 회생을 신청하고 절차가 개시되는 데까지 약 한달 정도가 소요되는데요. ARS는 이 시간 간격을 활용하게끔 해주는 제도입니다. 이 기간 동안 기업과 채권자들이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죠.
아래 표는 ARS 회생절차 흐름도입니다. 기업이 회생 신청 단계에서 ARS 의사를 밝히면 법원이 판단해 ARS 승인 결정을 내립니다. 이 시점부터는 채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요. 기업은 채무상환 계획 등을 담은 사전계획안을 작성해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만장일치가 원칙입니다. 동의가 만장일치로 이뤄진다면 ①의 경우처럼 회생신청은 취소되고 사전계획안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됩니다.
채권단 만장일치를 거쳐 ARS에 성공하는 사례는 얼마나 될까요. 2018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ARS를 신청한 사례는 총 22곳에 불과했는데요. 이 곳 중 총 10곳이 ARS의 성공사례로 꼽힙니다. 이 기업들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10명 이하의 채권자'가 존재하거나 '소수의 채권자가 채권 대부분을 보유' 하는 경우입니다. 소수의 채권단을 설득해 ARS에 성공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반해 티메프의 합산 채권단은 약 11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이 채권단의 만장일치 동의를 이끌어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부 채권자들이 사전계획안에 반대할 경우, ARS는 중단되고 다시 회생절차가 개시됩니다.
회생절차 재개가 일반적인 회생 절차 코스를 다시 밟는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ARS 기간 중에 마련한 사전계획안에 2분의 1 이상의 채권액을 보유한 채권자들이 동의했다면 법원은 사전계획안에 따라 회생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가해줍니다. 이를 P플랜이라고 합니다. 이 단계가 위 표에 나와있는 ②번의 경우입니다.
현실적으로 티몬과 위메프는 ②번의 경우를 고려할 것으로 보입니다. 11만명에 달하는 채권자 전원의 동의를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정인호 기업회생 전문 변호사(법무법인 대륜)는 "P플랜으로 넘어갈 경우, ARS 과정에서 작성된 사전계획안이 회생계획안이 되므로 신속한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만장일치가 불가능한 것을 티메프도 알았을 것이고 아마 P플랜을 고려하고 ARS를 신청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ARS 기간이 약 1~3개월 가량인데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티몬, 위메프는 각자도생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
이번 판매 미정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계열사별 생존 전략은 각자 다릅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K-커머스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는데요. 10억원 이상 채권을 출자전환 해 판매자가 주주가 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그리고 두 회사 합병시킨 뒤, 합병 법인을 2025~2026년 상장시키겠다는 목표까지 밝혔죠.
하지만 구 대표의 구상안에 대해 내부에서 적잖은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주말 동안 진행된 줌(Zoom) 화상 회의에서 일부 임원들 간 고성이 오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특히 "미정산 판매 대금을 어떻게 정산할지가 초점이 돼야 하는데 주식으로 전환하는 게 근본적인 보상일 수 있겠느냐"고 말한 임원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임원의 말처럼 현재 핵심은 미정산 판매 대금을 어떻게 처리할지입니다. 만약 출자전환을 하게 되면 미정산 대금(채권)은 주식으로 전환되므로 사실상 돈이 묶이게 됩니다. 현금이 급한 셀러들은 반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구 대표는 2025~2026년 상장을 하겠다는 목표이지만 가능성은 현저히 낮습니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구 대표의 K-커머스 구상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했습니다. 류 대표는 그동안 "독자적 생존을 티몬 대표로서 모색해야 한다", "M&A나 투자 유치도 염두에 두고 소통하고 있고 노력 중이다", "티몬, 위메프는 합병 찬성을 얻기 힘들고 실현 가능성이 작다" 등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피력해왔습니다.
특히 티몬의 경우, 이번 사태 이전부터 독자 노선을 검토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 발생 며칠 전, A 이커머스사를 방문해 인수 의향을 물었다고 합니다.
A 이커머스 관계자는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기 이틀 전, 티몬 측이 인수 의향을 물어왔다"며 "아마 이 사태가 날 것을 예상하고 인수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피해자 복구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 아래 K-커머스 안에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온 위메프 역시 최근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류화현 대표는 머니투데이방송과의 통화를 통해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느낌이 든다"며 "K-커머스가 성공하기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현재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ARS 승인 이후, 몇몇 투자자들로부터 인수 제의가 오고 있으며 3자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독자 노선을 걷게 된 건 이번 ARS와도 연관이 깊습니다. 회생법원은 당시 "채권단 수를 줄이는 게 가장 첫번째"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하는데요. 채권단 수를 줄이라는 건 'ARS 기간 동안 판매대금 미정산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돈이 없다는 건 너무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죠. 티몬과 위메프가 독자노선을 걸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위메프는 현재 판매 미정산 대금을 3500억~4000억원, 미정산 셀러 수를 6만명으로 추산 중입니다. 이 중 100만원 이하 셀러를 약 5만명 내외로 추산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약 500억원(100만원x5만명)의 신규 자금이 들어온다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류 대표는 "500억원이 들어오면 7~8월 피해 예상 셀러 중에 70~80%, 1000억원이면 약 95% 상환 가능하다"며 "나머지 금액(2500억~3000억원)은 상위권 셀러인데 장기로 상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류 대표의 계획이 실행된다면 채권단 수는 확 줄어들 전망입니다. 티몬이 외부 투자자를 찾는 이유도 위메프와 같은 이유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규 자금을 조달해 소액 셀러들의 판매대금을 정산한 뒤, 상위권 셀러와는 협상을 통해 장기 상환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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