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24-12-18
경찰 내란죄·검찰 직권남용 경쟁적 진행, 김용현 긴급체포 윤석열 입건…“유례 없던일, 심도 깊은 연구 필요”
무장 군인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장악을 시도한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겪고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불발하며 이제는 내란죄 수사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군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까지 동시다발적 수사에 나선 가운데, 야당이 추진 중인 '내란죄 특검'이 더해지면 최대 5곳 방향에서 수사 칼날이 뻗어 나올 수 있다. 윤 대통령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다만 '중복수사'에 따른 혼선 및 비효율 등 우려는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표결 불참 책임 독하게 묻겠다"
비상계엄 선포 후 나흘이 지난 12월 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국민의힘 보이콧으로 자동 폐기됐다.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00명 이상 참석해야 했지만, 국민의힘에서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3명을 제외한 전원이 자리를 비운 탓에 재석 의원이 195명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이날 탄핵소추안 직전에 상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에는 모든 의원이 참여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졌다. 재석 300명 가운데 200표 이상 나오면 통과였는데 찬성이 198표에 그쳤다. 이로써 김 여사 특검법은 3번째 폐기를 겪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2월 11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다시 발의하고, 14일 재표결에 나설 방침이다. 이때도 부결되면 일주일 단위로 임시회를 열어 같은 절차를 반복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12월 8일 강유정 원내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내란죄 책임을 묻는 역사적 표결에 불참한 이들의 책임을 독하게 묻겠다"고 예고했다.
#검·경 '수사 경쟁'…혼선·비효율 우려도
정부·여당은 가까스로 탄핵을 면했지만 남은 길은 가시밭이다. 국민적 비판은 물론 사방에서 뻗어 나올 수사 칼날도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물론 현직 대통령을 향한 수사라 한계를 의심하는 시선도 많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에서 '부실수사 의혹'은 곧 '내란 부역자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 기관의 수사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해 보인다.
경찰과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에 120여 명, 검찰은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수장으로 한 '비상계엄 사건 특별수사본부'을 새로 꾸리고 수사 인력 50여 명을 배치했다. 내란죄는 경찰 수사 범위지만,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를 살피며 내란을 연관범죄로 묶는 형식을 취할 전망이다.
두 기관은 이미 속도전에 돌입했다. 경찰 국수본은 수사팀을 출범한 12월 6일 첫날부터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 등 4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민주당 등이 이들을 내란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서울경찰 무전기록도 전부 확보했다.
검찰의 경우 계엄사태 주범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12월 8일 전격 체포했다. 검찰은 특수본 출범 직후부터 김 전 장관에 출석을 거듭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계속 거부하다 이날 오전 1시 30분쯤 돌연 자진 출석했다. 검찰은 심야조사를 벌인 끝에 김 전 장관을 서울 동부구치소로 이송했다.
검·경 사이 '경쟁' 양상도 엿보인다. 검찰이 김 전 장관을 체포한 날, 경찰은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경이 한 명의 피의자를 놓고 제각각 경로로 수사를 벌인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범위에도 없는 내란죄를 수사하면 공소기각이 나올 수 있다"며 검찰에 대한 견제 의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는 수사의 혼선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피의자들의 증거인멸 시도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혼란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당장 김 전 장관도 검찰에 기습 출석하기 전 휴대전화를 교체했다고 전해졌다. 일각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텔레그램 탈퇴 후 재가입한 점도 석연찮게 바라본다.
표면상으론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듯 비치지만 엄밀히 보면 그렇지 않단 지적도 나온다. 계엄사태 후 나흘 지난 12월 8일까지 신병이 확보된 피의자는 김 전 장관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이 12월 6일 국방부와 직할부대에 '계엄 관련 모든 문서 보존'을 명령했다지만, 실제 어떨지는 두고 볼 문제다.
#상설특검 초읽기…'피의자' 윤석열 운명은
현재 수사는 네 갈래로 이뤄지고 있다. 검·경 외에도 국방부와 공수처가 사건을 쥐고 있다. 국방부는 검찰에 군 검사 5명 등 12명을 파견했다. 군 자체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검찰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공수처는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에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 등의 내란·직권남용 혐의 사건을 배당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아직은 살아있는 권력으로 존재하는 만큼,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 뒤따른다. 이에 민주당은 '내란죄 상설특검'을 곧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상설특검은 일반특검과 달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면 통과돼 민주당의 독자적 추진이 가능하다.
정부와 여당은 난감할 뿐이다. 상설특검 통과 이후에도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길이 유일한 까닭에서다. 지난 11월 개정된 규칙에 따라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상설특검 수사가 결정되면 대통령 소속 정당은 특검 추천이 불가능'하다. 단, 윤 대통령이 거부권 대신 임명을 미루는 '버티기 전략'에 나설 여지는 있다.
상설특검은 일반특검보다 제약은 많은 편이다. 검사는 최대 5명, 파견 공무원은 30명, 수사 기간은 60일로 규정하고 있다. 지금의 검·경·국방부·공수처 4중 수사에 계속 기대하는 경우보다는 효율적이고 엄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절차와 결과 측면에서 얼마나 '짧고 강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한편 윤 대통령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돼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박세현 검찰 특수본부장은 12월 8일 언론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 관련 고발장이 워낙 많이 접수돼 입건 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고발이나 고소가 되면 피의자로 입건되는 게 절차"라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검찰이 내란죄 수사 가능한지' 질의에는 "이 사건은 간단히 말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했고, 국헌 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게 핵심"이라며 "이 두 가지가 직권남용과 내란의 구성요건으로서, 과연 두 혐의 사이 관련성이 없는지 등은 국민들께서 쉽게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특수·공안·강력통 검사들을 대거 배치했다고 전해졌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는 초유 사태인 만큼, 내부에서도 고심이 깊다고 한다. 한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는 "유례가 없던 일이라 매우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며 "누구도 앞날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검사 출신 박진현 변호사(법무법인 대륜)는 "내란 혐의만 입증되면 '이론적으로는' 윤 대통령 체포도 가능하다"며 "대통령 면책특권에는 내란·외환죄가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검찰이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지가 모호하단 게 문제"라며 "직권남용 등 혐의로는 체포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기사전문보기]
검·경 동시다발에 상설특검도 추진…‘12·3 불법 계엄’ 수사 속도전 실상 (바로가기)
방문상담예약접수
법률고민이 있다면 가까운 사무소에서 전문변호사와 상담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