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21-07-30
(서울=연합뉴스) 화제의 드라마 JTBC '부부의 세계'. 의사 지선우(김희애 분)는 환자 민현서(심은우)가 동거 중인 남자친구에게 모질게 폭행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구해줍니다.
이후 남자친구를 폭행죄로 고소한 민현서는 지선우를 만나 말합니다.
"맞고 있는 날 도와준 사람, 선생님이 처음이었거든요."
그러나 '이 범죄'로 고통받는 피해자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연인 사이 일이라서, 사랑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애정'이란 이름 아래 저지르는 범죄, 데이트 폭력입니다.
지난 14일 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에게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2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이 남성은 여자친구 반려견을 벽돌로 폭행하는 잔인함도 보였습니다.
앞서 같은 달, 헤어진 여자친구 집 현관문에 여자친구 나체 사진을 붙이고 협박한 혐의로 10대 남성이 입건됐습니다.
이 남성은 여성 부모에게 사진을 봤는지 확인 전화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청 통계(2019 경찰백서)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6년 9천364건, 2017년 1만4천136건, 2018년 1만8천671건이 신고됐습니다.
이중 피해자는 여성이 70%를 차지합니다.
검거인원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2014년 6천675명, 2015년 7천692명, 2016년 8천367명, 2017년 1만303명, 2018년 1만24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창훈 한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데이트 폭력 자체가 증가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데이트 폭력에 관한 인식이 좀 더 확대됐고, 또 신고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신고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는 해당 범죄 특성을 고려한 데이트 폭력 방지 및 처벌 관련 법안이 없는데요. 유형에 따라 폭행죄, 협박죄, 강간죄 등 형법을 적용해 처벌합니다.
이에 반해 영국과 미국에는 이미 데이트 폭력 관련 법안이 있습니다.
영국의 일명 '클레어법'(가정폭력전과공개제도)은 2009년 남자친구에게 살해된 피해 여성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교제 상대의 폭력 전과를 공개·열람할 수 있도록 한 법입니다.
미국에선 1994년 제정한 '여성폭력방지법' 내에 데이트 폭력을 포함시켜 피해자 보호 제도를 강화했습니다.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 2017년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신보라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데이트 폭력 처벌 및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이 법안들은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별도 법안 제정에 대한 법조계, 학계의 이견도 있습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문제 행동(데이트 폭력)과 관련, 우리 사회에서 적절하고 합리적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처벌 범위와 수준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 학계, 사회단체, 국회에서 좀 터놓고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재국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데이트 폭력 범죄 특례법이 제정된다면 성범죄처벌 특례법, 가정폭력처벌 특례법처럼 형사 절차에서 조금 더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항들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꾸준히 반복되고 있는 문제, 데이트 폭력.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해당 범죄로 사망한 이들은 51명.
사랑싸움으로 치부되는 사회적 인식과 허술한 법 제도 속에서 안타까운 피해자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정후 인턴기자 / 내레이션 김정후 인턴기자
기사원문보기 - https://www.yna.co.kr/view/AKR20200423161100797?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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