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으로 인해 불만을 품고 고의로 큰 소리를 내 반복적으로 이웃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스토킹’ 관련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있었습니다.(대법원 2023.12.14.선고 2023도10313 판결)
지난 2023년 12월 대법원 1부는 스토킹처벌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경남 김해시 빌라에 살던 A씨는 약 한 달 간 총 31회에 걸쳐 이웃을 향해 소음 피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씨는 빌라 아래층에 거주하면서 위층의 소음에 불만을 가져 새벽 시간대에 둔기로 벽이나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내거나 스피커로 찬송가를 크게 틀어 보복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한 달 넘게 보복이 이어지자 윗집 주민이 A씨를 고소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의 침실 등 천장에서 소음을 내다 생긴 것으로 보이는 파인 흔적 등을 확인했습니다.
1・2심 모두 A씨의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소음 유발 행위가 스토킹 수준이라고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대법원은 “A씨의 행위는 사회통념삼 층간소음의 원인 확인이나 해결 방안 모색 등을 위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가 직접적으로 피해자를 찾아간 것도 아니고 단순히 본인의 거주지에서 ‘소음’을 발생시킨 것에 불과하지만, 사건에 이른 경위와 피고인의 언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피고인의 행위는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2023. 7. 11. 법률 제195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구 스토킹처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중략) 다. 우편ㆍ전화ㆍ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라.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등을 두는 행위 2.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
층간소음 유발 행위의 규제 실마리가 될 수 있어
최근 이웃 간의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살인, 협박, 방화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소음에 대한 인식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층간소음을 일관되게 규제하기는 어려우며, 층간소음 유발 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처벌도 쉽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20호(음주소란 등), 제21호(인근소란 등) 등을 적용해 처벌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혐의가 입증되어도 1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층간소음 유발 행위에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함으로써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모든 층간소음 보복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아냐
스토킹은 통상 타인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거나 타인을 따라다니는 행위 또는 타인에게 지속적·반복적인 연락을 취하는 행위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층간소음 유발 행위와 직접 연관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웃 간 소음 등으로 인한 분쟁과정에서 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했다고 모두 ‘스토킹행위’로 규정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경위, 피고인의 언동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피해자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검토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인 행위인지를 파악한 뒤, 스토킹범죄 혐의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위 사례처럼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보복에 나서거나 위층을 찾아가 ‘보복하겠다’는 고지를 한다면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에 더해 협박죄가 성립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거주지 관리주체에게 층간소음 발생 사실을 알리고, 관리주체를 통해 층간소음 발생 중단이나 차단 조치를 권고하거나 ‘국가소음정보시스템(noiseinfo.or.kr)'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등 중재기관을 통해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