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찍힌 CCTV영상을 파일로 받지 않고 단순히 시청한 행위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해석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대법원 2024.8.23. 선고 2020도18397 판결)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8월 23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춘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지난 2019년 2월, 강원 양구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부탁해 CCTV 영상을 열람한 후,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휴대전화로 해당 영상을 녹화했습니다.
이는 전날 밤 해당 장례식장에서 도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로 경찰이 현장 단속에 나섰던 사건과 관련해, 신고자를 확인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입니다. 이 법령은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검찰은 A씨가 신고자의 개인정보를 부정한 목적으로 ‘제공’ 받았다고 보고 기소한 것입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으로 보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금지행위)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
제71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⑨ 제59조제2호를 위반하여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것이 아니라고 본 항소심의 판결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신고자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그 자체를 제공받지 않은 이상, CCTV 영상 시청을 통해 ‘신고자가 도박 장면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는 이 행위를 ‘제공’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는 ‘열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개인정보 ‘제공’의 의미를 확장한 대법원의 판결
항소심의 무죄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습니다.
대법원은 “CCTV에 촬영된 개인의 모습과 위치정보 등 영상 형태로 존재하는 개인정보의 경우, 영상이 담긴 매체를 전달받는 것 외, 이를 ‘시청’하는 경우에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다시 심리할 것을 명하여 원심 법원인 춘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은 개인정보보호법에 규정된 개인정보 ‘제공’의 의미를 넓게 해석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는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이나 문서를 직접 건네주는 것만을 제공으로 판단했으나, 대법원의 이 판결에 따르면,
① 개인정보를 ‘제공’ 받았다고 볼 수 있으려면 그 정보에 대한 ‘지배·관리권’을 이전 받아야하며,
② CCTV와 같이 영상 형태의 개인정보의 경우 직접 영상 파일을 받지 않더라도 그 내용을 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지배·관리권’을 이전받은 것으로 본 것입니다.
CCTV 영상을 증거로 확보하려면?
CCTV 영상을 민·형사 소송에서 증거로 사용하려면, 증거 수집 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합니다. 증거 수집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위법한 증거로 간주되어 소송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합법적으로 CCTV 영상을 수집하기 위해선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정보공개청구란,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열람하고자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신청 후 보통 10일 이내로 공개 여부가 결정됩니다.
수사기관에 의뢰해 CCTV 영상 확보를 요청하거나 시청, 구청 등에 직접 방문해 CCTV 영상을 요청할 수도 있으며, 정보공개포털사이트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소송준비를 위한 CCTV 정보공개청구 건수는 2019년 1만 2천 건에서 2023년 3만 9천 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이에 따라 행안부는 CCTV 영상을 ‘생활문제 해결정보’로 지정하고 지난 9월 27일부터 CCTV영상의 정보공개 청구 방법을 간소화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더욱 빠르고 간편하게 CCTV 영상의 정보공개 청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