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회생을 신청한 기업이 879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누계 816건에 비해 약 70%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만큼 경기 침체 속 기업의 재기를 위한 마지막 동앗줄을 선택한 기업이 늘어났다는 뜻인데요. 하지만 모든 기업이 성공적으로 회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진짜 ‘회생’을 위해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역대 최고 회생신청…고금리 및 경기 부진 장기화 원인
지난 2023년, 파산신청을 한 기업은 약 1,657개사로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회생신청(회생합의) 회사도 전년 대비 54.9% 증가한 1,024개로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기존 최대였던 2009년 1,003건 수준을 넘어선 규모입니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 장기화가 국내 기업들의 자금난 심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금융 지원이었던 대출 만기 연장, 원금·이자 상환 유예 등이 단계적으로 종료하면서 소규모 기업에 경제적 어려움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기업이 발행한 일반회사채는 33조 5천억 원을 넘어섰으며, 이 중 74.5%가 기존 빚을 갚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반면, 시설 투자 등 생산 활동에 필요한 자금 조달은 7.3%에 그쳐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기업의 34%는 올해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기업의 경영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법인회생, 기업의 재기 위한 선택
법인회생제도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부채나 경영난에 직면했을 때 선택하는 절차입니다.
과거에는 법인회생 신청이 곧 기업의 부도를 의미한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법인회생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절차가 간소화되고, 기업의 재기를 위한 지원이 강화되어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즉, 법인회생은 단순히 채무를 탕감받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기회를 얻는 과정입니다. 단기적인 자금 확보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체계적인 회생 계획 수립만이 성공적인 회생을 이끌 수 있습니다.
기업의 재기를 위한 법인회생, 점점 간편해지는 절차
2005년 공포된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이후 2017년 서울회생법원, 2023년 3월에는 수원회생법원과 부산회생법원이 개원하면서 법인회생 절차가 비약적으로 간소화됐습니다.
또한 올해 1월 증자∙출자전환 관련 등록면허세를 비과세로 명확히 규정해, 관련한 법률 간 충동 상황을 해소하는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련 법률 간 해석이 달라 발생하던 혼란을 해소하고, 기업 회생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법인회생 절차에서의 모든 촉탁 등기에 대한 등록면허세를 비과세로 규정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법인 채무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개정안입니다.
해당 법 개정은 이미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회생 계획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에도 소급 적용되어 등록면허세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더 많은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인회생 절차 전, 기업 준비 사항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은 법인회생 신청을 통해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 주주, 지분권자 등 이해 관계를 조정해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할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채무자는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으며, 채권자는 파산 시 회수할 수 없는 채권의 일부를 변제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인회생 신청 전, 현재 기업의 채무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채무의 종류와 금액, 상환 일정 등을 파악하고 회생 계획을 수립해야 성공적인 회생을 이끌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자산과 부채를 실사하면서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고, 현실적인 회생 계획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원인이 있다고 인정되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립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는 채권자의 개별적인 채권 회수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회생계획에 따른 집단적인 변제 절차만이 허용됩니다.
성공적인 법인회생을 위한 전략은?
회생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게 법인회생 신청을 서둘러야 합니다. 회생의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앞으로 꾸준히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존속 가치가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채무자회생법은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향후 5년(최장 10년간) 영업이익의 합계액이 총부채(담보대출금 제외)의 20~30% 이상을 상회할 수 있다는 추정치는 회생 가능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법인회생을 신청하면 법원은 보전처분결정으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채무자에게 변제금지·일정액 이상의 재산 처분금지·금전차용 등 차재금지·임직원채용금지 등을 명하게 됩니다.
법원은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개별 강제집행절차의 중지명령 등을 하거나, 모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에 대하여 장래의 강제집행 등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채무자는 각종 민사집행을 중단 및 금지할 수 있고, 부채가 동결돼 향후 발생하는 유동자금을 활용해 영업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DIP, 기업의 회생과 투자자들의 상생 전략
회생기업 입장에서는 정상 기업으로 전환되기까지 운영 자금이 필요한데요, 이때 회생기업 자금대여(이하 DIP, Debtor In Possession)를 지원받는 것은 재기의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DIP는 기업 회생 가능성을 높게 본 투자자가 나서 고금리 및 우선 상환 등을 약속해 투자를 하는 금융 기법입니다. 법률상 관리인, 즉 법정관리 회사가 회생법원의 감독 하에 회생법인의 재산과 업무를 관리하게 되는데요, 실제로 쌍용자동차, 동양건설산업, 대우로지스틱스 등이 DIP를 통해 투자금을 조달받은 바 있습니다.
DIP투자가 ‘고위험-고수익’ 구조로 평가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이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회생기업은 자금 조달이 극도로 제한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어, DIP 투자자는 투자 조건을 협상함에 있어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요 자산을 확보하거나, 높은 금리로 대출 조건을 설정하여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또한 DIP 투자자는 회생기업의 법적 우선순위 채권자로 인정받으므로, 회생 절차가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회생이 실패하더라도 법적으로 우선 상환권이 보장되므로 투자 위험을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습니다.
최근 회생절차를 신청한 ‘한국피자헛’ 사례와 같이, 많은 회생기업은 단기적 유동성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반면, 본질적인 사업 모델이나 주요 자산은 여전히 상당한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기업 회생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일부 DIP 투자자들은 회생 절차 과정에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확보하고, 이후 기업의 경영에 상근 이사를 파견하는 등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장기적인 기업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내비치기도 합니다. 이는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는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지배권 획득이라는 매력적인 보상이 충분히 이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회생 기업이라면 투자자와의 협상에서 적절한 방어선을 구축하여 과도한 지분 희석을 방어하고, 투자금의 투명한 관리 등을 위해 법률·회계 전문가와 함께 DIP 투자에 대해 철저한 검토를 받아 진행하는 것을 권유합니다.
회생인가 판결과 동시에 신용등급 상향 조정되어야
도산 전문가들은 기업의 지속적인 경영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회생계획 인가와 동시에 기업 신용등급의 상향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기업이 안정적인 신용 기반을 바탕으로 보다 자유롭게 매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실질적 재기를 위한 정책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회생 절차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은 유동성 부족 문제로 경영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채권자들은 채권 회수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부정적 결과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채무자 회생법의 궁극적 목표가 지속가능한 기업의 수를 증대시키는 데 있다면, 회생 절차의 간소화와 더불어 지원 기관의 역할 강화 및 기업 특성에 맞춘 맞춤형 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또한, 기업 회생이 단순히 재무적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고, 고용 안정, 지역 경제 활성화와 같은 사회적 책임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기업 구조조정 제도
각 기업의 상황과 채권자의 구성, 목표에 따라 최적의 구조조정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법인회생 제도와 함께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있습니다.
*자율구조조정제도(ARS)
법원이 주도하는 회생 절차 외에도 채무자에게 자율적인 구조조정 기회를 부여하는 자율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으로, 회생절차개시신청과 동시 또는 신청일 1개월 내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ARS는 채권자 간 합의가 쉽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경우 활용되며, 보전처분 및 중지명령, 포괄적 금지명령을 발령하며, DIP금융 차입 허가, 조사위원 선임 등을 지원 조치합니다. 티몬과 위메프, 한국피자헛 등이 해당 절차를 활용했습니다.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전, 채권자들이 모여 채무관계를 조정하여 사전에 회생계획안을 준비한 뒤 법원은 신속하게 판단해 진행하는 제도입니다. 단, 채권단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