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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자 오히려 늘어났다...중대재해처벌법 무용지물? [스페셜리포트]

언론매체 매경이코노미
작성일

2025-02-20

조회수 4

사상자 오히려 늘어났다...중대재해처벌법 무용지물? [스페셜리포트]

“3년 전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할 당시 건설사들이 다들 문제가 있다며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부작용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시행하다 보니 이 꼴이 난 겁니다. 예견된 결과죠.” (A건설업체 관계자)

2022년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로 시행 3년을 맞았다. 이름 그대로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취지였지만 정작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국 건설 현장 사상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재해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강력한 처벌 위주로 법을 제정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중대재해법 효과 있었나

상위 20대 건설사 사망자 오히려 늘어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20위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35명으로, 2023년(28명)보다 오히려 25%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인 2022년(33명)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이는 정부 건설공사 종합정보망(CSI)에 등록된 사망자 수를 집계한 자료다. 건설사는 법에 따라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CSI에 신고해야 한다.

부상자까지 포함해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지난해 상위 2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와 부상자는 모두 1868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인 2022년(1666명)과 비교해 12.1% 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좀처럼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건설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으로 넓혀봐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알림e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누적 제조업 현장 사망자는 134명으로 전년 동기(123명) 대비 8.9% 늘었다. 운수, 창고, 통신업 역시 같은 기간 사망자가 12명에서 19명으로 58% 증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대형 사업장 위주로 시행되다 지난해 1월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된 배경부터 들여다보자.

그동안 안전 관련 국내 규제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대재해법 도입 이전에도 근로자 안전을 위한 법은 엄연히 존재했다. 중대재해법 제정 전,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적용되는 법은 주로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한 현장의 최고 담당자를 처벌하는 법안이다. 형법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사망, 부상, 질병이 발생했을 때 업무상과실치사 조항이 적용된다. 적용 대상자는 사고를 직접적으로 일으킨 사람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 모두 현장 문제만 집중적으로 규제한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성격이 다르다. 현장보다는 기업 소유주와 경영자가 얼마나 안전에 신경 쓰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중대재해법은 개인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준수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만약 경영주가 법이 규정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산업재해를 단순한 현장 문제가 아닌 기업 전체의 문제로 바라보는 셈이다.

중대재해법이 도입된 것은 최근 몇 년 새 산업재해가 급증하면서 현장 책임자만 처벌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업장 중심으로만 안전보건조치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전사적 투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보다 구조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기업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른바 ‘형벌을 통한 예방 효과’를 얻자는 취지다.

중대재해법 왜 사고 못 막나

이처럼 야심 차게 도입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안착됐음에도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법조계와 재계는 크게 4가지 원인을 제기한다.

원인 1 중대재해법 제도적 한계

경영진만 규제…‘휴먼 에러’ 못 잡아내

가장 큰 요인은 중대재해법 자체의 제도적 한계다.

도입 당시,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만능 법안’처럼 여겨졌지만 실상은 다르다. 중대재해법은 엄밀히 말하면, 현장의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제도가 아니다. 현장 안전을 다루는 법안은 앞서 살펴본 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중대재해법은 현장 상황보다는 경영자가 안전보건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경영자가 적절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반면, 중대재해법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전대책을 세워놨다면, 사장은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여기서 중대재해법의 한계가 드러난다. 기업 경영자가 아무리 제도를 완벽하게 만들어도 현장을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산업재해 사고의 80%는 현장 책임자 또는 근로자의 사소한 실수, 이른바 ‘휴먼 에러’가 원인이다. 실수로 안전 규정을 어기거나,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요령을 피우는 등의 일탈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2022년 4월 H솔루텍 직원 사망 사건은 근로자 일탈이 사고로 이어진 사례다. 당시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던 중 추락해 숨졌다. 중대재해 사고였지만, H솔루텍과 대표이사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해당 사고는 근로자가 책임자의 사전 승인 없이, 고소작업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단독으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일을 하다 발생한 사고였기 때문이다.

회사는 중대재해법에서 지정한 대로 안전보건관리의무를 착실히 이행했다.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직원의 사소한 일탈로 인한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사법당국은 경영인이 정한 절차를 벗어나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로, 사업주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피해도 중대재해법만으로는 막기 힘들다. 실질적인 안전조치 강구보다는 경영 시스템상 안전관리체계 점검에만 치중하는 탓이다. 2022년 당시 P공업사 근로자 사망 사고가 대표적이다. 근로자 A씨와 외국인 근로자 B씨는 하청 업체 소속으로 P공업사의 제4공장에서 압축 성형기를 이용해 ‘베어링 씰’ 성형 작업을 담당했다. B씨는 작업 편의를 위해 본래 목적과 달리 금속링과 고무링을 안착시키는 용도로 수공구를 사용했다.

그러던 중 2022년 2월 수공구가 압축 성형기 압력으로 찌그러지다가 튕겨 나와 A씨의 머리에 부딪혔고 A씨는 외상서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재판부는 “중대재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는데, 수공구가 끼어들어가 튕겨 나오는 경우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예상하지 못한 돌발 사고까지 일일이 경영진이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사고 중 망인(亡人)의 잘못으로 일어난 사고도 꽤 있다. 또 위험한 작업이 많은 사업장의 경우 예상을 벗어난 돌발 사고도 적잖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중대재해법이 이런 사고까지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원인 2 달라진 산업 현장

외국인 근로자 늘고 고령화 심화

중대재해법 효과가 반감하는 배경에는 산업 현장의 변화도 자리한다. 산업재해 사고가 빈발한 건설, 제조 현장 등은 젊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다. 국내 근로자는 모두 빠져나갔고, 빈자리는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다.

외국 인력은 현장 통제가 어렵다. 한국말이 서투른 탓에 말이 잘 통하지 않고, 한글로 적힌 안전통제수칙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현장 관리자가 과거처럼 제대로 교육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최근 들어서는 현장 관리자마저도 외국인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 가면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빈번히 쓰인다. 언어 장벽, 문화 차이 등의 문제로 현장 관리자들이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아무리 우수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해도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외국인 근로자 산재는 매년 증가 추세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3분기까지 산재 승인이 완료된 전체 사고 산재 사망자는 617명으로, 이 중 80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 산재는 질병이 아니라 현장 사고로 발생한 산재를 말한다. 사고 산재 사망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9.7%에서 2023년 10.4%, 2024년(1~9월)엔 12.9%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4년 5월 기준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101만명으로 국내 전체 취업자(2857만6000명)의 3.5%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하면 외국인이 업무 도중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내국인에 비해 훨씬 높은 셈이다. 지난해 23명이 사망한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의 경우 18명이 외국인 근로자였다. 외국인 근로자의 산재 신청도 전년 대비 6.5% 증가한 1만161건으로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현장 근로자 고령화도 사고를 막기 힘든 요인으로 꼽힌다. 젊은 근로자의 산업 현장 기피 현상으로 건설·제조업은 근로자 고령화가 심각하다.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처하기 힘들어 사고 발생 시 사망 확률이 높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 중 50세 이상 비중은 71.1%에 달했다.

원인 3 중소기업엔 유명무실

안전보건체계 구축 부담 커져

영세한 중소기업엔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란 점도 중대재해법의 허점 중 하나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할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법이 정한 최소한의 안전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50인 미만 중소기업 7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가량인 47%가 중대재해법을 대비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사실상 구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들이 대응조차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이다.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관리자 선임과 재해 예방 설비 마련을 의무화했다. 당장 기업을 운영할 인력과 예산도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들은 건설 업체이지 안전 업체가 아니다”라며 “현장에 필요한 설계, 공무, 토목 인력을 충원하기도 빠듯한데, 안전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펌프 제조 업체 C사 관계자는 “대기업은 필요한 만큼 비용을 투자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확립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럴 예산 여력 자체가 없고 생산 현장에서 가장 젊은 사람도 50대 근로자”라고 들려줬다.

정부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공동안전관리자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장 반응은 미지근할 뿐이다. 공동안전관리자는 지역·업종별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정부가 운영비 일부를 지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 몸값 부담으로 이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공동안전관리자 지원 사업 채용률은 50.8%에 불과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해 정부 지원을 신청했지만, 전문가들이 실태 지적만 하고 돌아갔다”며 “수천만원씩 드는 시설 개선과 인력 선임을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원인 4 오락가락 고무줄 양형

자체 양형 기준 없어 판결 뒤죽박죽

오락가락 양형 기준도 중대재해법을 향한 현장의 불신을 부른다. 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자체 양형 기준이 없다. 더욱이 판사 여러 명이 심리하는 합의부가 아니라 단독 판사가 심리한다. 판사별로 형량 편차가 큰 탓에, 비슷한 사안을 두고도 판결이 뒤죽박죽이다.

조성근 법무법인 대륜 중대재해전문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은 구체적인 양형 기준이 없고, 관련 하급심 판례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변호사조차 형량을 예측하기 어려워 ‘어떻게든 중대재해법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식으로 자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호한 양형 기준은 기업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한 중소 제조 업체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자체가 복잡하고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지침서를 읽고 관련 컨설팅을 받아도 대비를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처벌받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 제조 업체 관계자는 “사고라는 게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데 사업을 총괄한다는 이유만으로 ‘1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대표가 구속되면 기업은 문을 닫고 근로자는 실직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현장은 중대재해법상 불명확한 문구로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명확하지 않은 표현을 구체화시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중기중앙회 관계자 의견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사 원문에서 계속)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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