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죄 | 건물 안에서 한 행위가 거주자들의 평온을 해쳤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의 판결 분석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피고인 A씨의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A씨는 지난 2022년 서울의 한 빌라 건물에 들어갔습니다. A씨는 해당 빌라의 거주자도, 빌라 거주자의 지인 내지 가족도 아니었습니다.

빌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A씨는 5층 계단으로 향했는데요. 도착 직후 A씨는 준비해 온 공업용 본드를 그 자리에서 흡입했습니다.

환각 상태에 빠진 A씨는 혼자 욕설을 하거나 웃고 중얼거리는 소리까지 냈는데요.

이를 들은 빌라 거주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주거침입죄 등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빌라에 들어가 본드를 흡입한 행위가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본 건데요.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빌라 공동현관문에 별도 잠금장치가 없고 CCTV도 설치되어있지 않았으며,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 또한 없었다는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별도의 관리인도 두고 있지 않아, 해당 빌라의 경우 거주자가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하거나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A씨의 경우 통상적인 방법으로 건물에 출입했을 뿐이고, 출입 과정에서 거주자들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A씨가 본드를 흡입하면서 공용계단 주위로 본드 냄새가 퍼져있었다는 사정 등은 A씨가 건물에 출입한 이후 한 다른 행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거침입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랐습니다.

먼저 대법원은 해당 빌라 건물의 구조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이 빌라의 경우 8세대의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작은 규모로, 빌라의 공동현관과 공용계단, 세대별 현관문 앞 공간은, 거주자들이 각각의 주거공간으로 들어가는 곳이기에, 각 세대의 전유부분에 필수적으로 속하는 공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건물 특성상 공용 공간 자체가 넓지 않고, 엘리베이터도 없어 공용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각 세대의 독립된 주거공간에 영향을 줄 가능성 자체가 다른 공동주택에 비해 크다고 봤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볼 때 거주자들은 오히려 외부인의 이유 없는 출입 가능성을 통제·관리해 자신들의 평온 상태를 보호할 필요성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오로지 본드를 흡입할 목적으로 적당한 장소를 찾다가 빌라 공용공간에 들어갔는데, 이는 건물 거주자들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A씨가 본드에 취해 혼자 욕설을 중얼거리는 행동 등을 한 것은 거주자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원심은 주거침입죄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검사의 상고에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거침입죄는 개인이 영유하는 주거의 평온을 깨뜨리는 범죄로,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의 주거지 및 선박, 항공기 등에 침입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보통 ‘주거침입’이라고 하면 물건을 훔치거나, 특정인에게 해를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설을 거칠게 파손하며 건물로 들어가는 상황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주거침입이 인정되는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은데요.

위 사례처럼 어떠한 훼손 행위 없이 조용히 건물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건물 안에서 벌인 행위가 거주자들의 ‘평온’을 깨뜨리는 행위라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됩니다.

또 타인의 주거 공간에 신체의 일부를 들이미는 행위 역시 주거침입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별 생각 없이 했던 행위, 혹은 순간적으로 분노를 이기지 못해 했던 행위들이 모두 주거침입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 주거침입죄에 연루됐다면, 조속히 전문 변호인단의 조력을 받아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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